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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미래와 마키아벨리...현실적인 정치관과 시민참여 공화주의
입력 2014-12-05 오후 6:23:50
월간경제노트구독
정치의 미래와 인터넷 소셜 의지 - 데이터 기반 민주정치는 인간을 정치의 원형으로 안내할 것인가
예병일 지음 (21세기북스(북이십일))
'정치'는 대개 우리에게 실망을 주지만, 외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존재'인 것이지요. 정치가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의 모든 부분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좀처럼 '바뀌지 않는 정치'에 대해 고민하다, 올해 '정치의 미래'에 대해 책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인터넷이 바꾸고 있는 정치의 미래를 알아보기 위해 '정치의 원형'과 오래전의 사상가들과 그들의 철학도 살펴보았지요.
 
아래는 제가 쓴 <정치의 미래와 인터넷 소셜의지>(21세기북스,2014)의 4장 '정치의 철학과 공동체의 미래' 중 3절인 '마키아벨리: 현실적인 인간관, 정치관과 시민참여 공화주의'의 내용입니다. 
 
*         *        *
 
4장 '정치의 철학과 공동체의 미래'
 
3절 마키아벨리: 현실적인 인간관, 정치관과 시민참여 공화주의
 
(109쪽)
 
마키아벨리는 도덕이라는 위선적인 가면을 벗겨내고 인류에게 ‘정치적 현실주의’라는 생각을 최초로 제시해준 정치철학자이다. 이상만 이야기하거나 듣기 좋은 공자님 말씀만 한 철학자가 아니라 솔직했던 철학자였다. 그는 정치를 도덕과 종교에서 분리해 ‘날것’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정치는 개인의 도덕과는 다르며, 정치 자체의 독자적인 논리와 문법이 있다고 마키아벨리는 생각했다.
 
마키아벨리(1469~1527)는 피렌체(영어로는 플로렌스)에서 법률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프랑스가 1494년에 이탈리아를 침입하면서, 메디치 가문의 집권이 끝나고 새로운 친 프랑스 공화국이 수립됐다. 마키아벨리는 이때부터 1512년 스페인이 프랑스를 몰아내면서 메디치 가문이 재집권했을 때까지 고위 공직을 맡아 활동했다. 공직에서 축출된 후 마키아벨리는 가난 속에서 공직에 복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불우한 환경 속에서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리비우스의 로마사 강론)를 썼다.
 
마키아벨리는 왜 그토록 현실적인 정치관을 주장해서 일각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악의 교사’라는 악명을 얻었을까? 그의 사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가 살았던 당시의 이탈리아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당시 마키아벨리의 조국 이탈리아는 주변 강대국들의 각축장이자 희생양이었다. 자치국들의 무능 속에서 프랑스와 스페인이라는 외세의 침략과 살육이 계속된 ‘상시 전쟁 상태’였다. 세계사적으로 중세의 봉건질서가 무너지고 근대국가라는 새로운 정치적 존재가 부상하고 있었지만, 이탈리아는 외세와 결탁한 귀족 가문들의 파벌싸움으로 인해 주변 강대국들의 전쟁터로 전락해 있었다. 이런 비참한 정치 환경 속에서 통일된 이탈리아 국가를 건설해 공동체의 안정과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마키아벨리의 현실적인 정치관이었다.
 
정치의 미래와 관련해 우리는 마키아벨리의 생각에서 우선 현실적인 인간관과 정치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보았을까? 그는 『군주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란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적인 데다 기만에 능하며 위험을 피하려고 하고 이익에 눈이 어둡습니다. (…) 인간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베푸는 자를 해칠 때에 덜 주저합니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일종의 감사의 관계에 의해 유지되는데, 인간은 악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취할 기회가 생기면 언제나 그 감사의 상호관계를 팽개쳐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려움은 항상 효과적인 처벌에 대한 공포로써 유지되며, 실패하는 경우가 결코 없습니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다. “모든 인간은 사악하고, 따라서 자유로운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나 자신들의 사악한 정신에 따라 행동하려 한다.” 냉정하기 그지없는 인간관이다.
 
이런 인간관에서 그의 정치관도 나왔다. 마키아벨리는 정치란 ‘최선’도 ‘차선’도 아닌 ‘차악’을 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개의 악 중에서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다. 얼마나 현실주의적인 생각인가? 처절했던 조국의 비극적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었을 게다. 정치는 고통스럽고 불편한 것을 경감하는 문제이지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마키아벨리의 생각이었다. 그는 『군주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혜는 다양한 위험을 평가하는 방법을 알고, 따라야 할 올바른 대안으로 가장 해악이 적은 대안을 선택하게 합니다.”
 
마키아벨리는 정치를 도덕에서 분리한 뒤 정직하게 직접 마주보아야 현실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그의 인상적인 ‘선과 악의 패러독스’가 나온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명한 군주는 자신의 신민들의 결속과 충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잔인하다는 비난을 받을 것을 걱정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너무 자비롭기 때문에 무질서를 방치해서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죽거나 약탈당하게 하는 군주보다 소수의 몇몇을 시범적으로 처벌함으로써 기강을 바로잡는 군주가 실제로는 훨씬 더 자비로운 셈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자는 공동체 전체에 해를 끼치는 데에 반해 군주가 명령한 처형은 단지 특정한 개인들만을 해치는 데에 불과할 뿐입니다.”
 
인간 개인 차원에서의 잔인함(악)이 정치에서는 거꾸로 인자함(선)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개인적인 인자함(선)이 정치에서는 오히려 잔인함(악)을 낳을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유순하고 도덕적인 군주가 내전이나 외세의 침략을 막지 못해 살육과 약탈이 난무하는 무질서를 가져오는 것보다, 개인적으로 무자비하고 비도덕적인 군주가 공동체의 안정을 유지해주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잔인하다고 생각되었지만 로마냐 지방에 질서를 회복시켰던 체사레 보르자를 그가 높게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마키아벨리의 생각을 보고 있노라면 현실적인 인간관을 가졌던 고대 그리스 아테네인들이 떠오른다. 마키아벨리는 완벽한 인간이나 완벽한 지도자, 완벽한 정치 공동체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치의 미래와 관련해 우리는 또 공화주의에 대한 마키아벨리의 생각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 로마식 공화주의를 자신의 조국 피렌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제시했다. 피렌체가 시민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공화주의적 혼합정체를 건설해 자유를 지키고 공익을 추구하면서 공동체의 안전과 번영을 이루어가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다.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는 사실 같은 사람이 썼나 싶을 정도로 많이 다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를 위해서는 어떻게 신민을 다스려야 하는지를 『군주론』에 담았고, 공화국의 시민과 지도자를 위해서는 어떻게 공화국을 운영해야 하는지를 『로마사 논고』에 담았다. 통치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에게 맞는 최선의 방법을 처방해준 것이다.
 
두 책은 그 방향은 달랐지만, 현실주의적인 인간관과 정치관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은 동일하다. 마키아벨리는 현실적인 이유로 공화주의를 역설했다. 즉 공화주의가 공동체의 갈등을 관리하고 구성원들의 힘을 모아 외세의 침략을 막고 자유와 안정, 번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특히 시민의 참여를 강조했다. 평민을 배제하고 귀족들만이 통치하는 공화정보다, 귀족과 평민이 긴장관계 속에서 갈등하며 역동적인 균형을 이루는 공화정이 공동체를 강하게 만들고 외세의 침략을 막아낼 수 있다고 마키아벨리는 생각했다. 귀족이 중심이 되어 지배한 베네치아(영어로는 베니스)와 고대 스파르타가 허약한 공화정이었던 데 반해, 귀족과 평민이 갈등하면서 동태적인 균형을 이루었던 고대 로마는 대중에 기반을 둔 공정하고 강한 공화정으로 번영할 수 있었다고 그는 해석했다. 시민이 참여하는 공동체여야 그 구성원 전체의 힘을 모을 수 있고, 외세 침략 같은 위기상황이 닥쳐도 그 힘을 바탕으로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 “로마의 내분은 유해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귀족과 평민 간의 내분을 비난하는 자들은 로마를 자유롭게 만든 일차적 원인을 비난하고 그러한 내분이 초래한 좋은 결과보다는 그것들로부터 유래하는 분란과 소동만을 고려하는 것처럼 내게 보인다. 그들은 모든 공화국에는 두 개의 대립된 파벌, 곧 평민의 파벌과 부자의 파벌이 있다는 점 그리고 로마가 자유를 향유할 수 있도록 제정된 모든 법률은 그들의 불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고전주의적인 공화주의와는 달리 갈등이 공동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을 인정했다. 하지만 갈등에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다. 귀족과 평민의 계급 간 갈등은 공동체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갈등인 반면, 가문 등의 파벌 간 갈등은 공동체에 도움이 안 되는 나쁜 갈등이라고 생각했다.
 
살펴본 대로 마키아벨리의 현실주의적인 인간관과 정치관, 그리고 시민참여 기반의 건강한 공화주의는 정치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마키아벨리가 조국 피렌체가 걸어가야 할 길로 ‘평민에 기반을 둔 건강한 공화정’을 제시했듯이, 대한민국 공동체의 가장 바람직한 정치 모습은 ‘시민참여에 기반한 건강하고 공정한 민주공화정’에 있다. 마키아벨리의 핵심 개념들을 빌려 표현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은 소셜 스마트와 유비쿼터스, 빅 데이터 시대의 도래라는 ‘포르투나fortuna(객관적 환경, 기회, 운명)’를 맞아 시민과 정치인이 ‘비르투virtu(주체적 역량, 결단력)’를 발휘해 시민참여에 기반한 공화주의를 통해 공동체의 안정과 자유, 공존, 번영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마키아벨리의 현실적인 인간관과 정치관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우리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선한 마음 한구석에 악함도 존재하는, 또 사익을 추구하지만 마음 한편에 공익과 공존을 생각하는 그런 약한 존재이다. 견제와 균형이 필요한 존재라는 의미다. 
따라서 인간의 일인 정치도 완벽한 모습이기는 힘들다. 우리 공동체가 대중 참여에 기반한 공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다양한 문제에 부딪칠 것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새로운 정치도 막상 보니 똑같네”라는 정치혐오와 회피의 태도를 계속 갖는다면 현실 개선을 통한 정치발전을 만들어낼 수 없다. 정치란 최선이 아닌 차선, 그도 아니라면 차악을 택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현실에서 한 걸음씩 전진해나가는 것이 현명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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