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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이렇게 나이들어도 괜찮다.
입력 2009-12-18 오후 4:34:37
월간경제노트구독
사토 아이코 저 / 오근영 역 | 230쪽 | 값 11,000원
 
 


한국의 박완서와 일본의 사토 아이코는 닮았다!

이 책의 원제는 ‘나이 드는 힘(老い力)’이다. 일본 나오키상 수상작가이기도 한 사토 아이코가 40대를 지나 50대, 60대, 70대를 보내고 80대 중반이 된 근래의 일상과 생각을 담았다.
40대에 본격적인 소설가로 인정을 받고, 권위 있는 문학상 수상, 장편과 단편, 에세이를 아우르는 폭넓은 작품 세계. 사토 아이코의 약력을 보는 순간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한국의 소설가 박완서다.
 
아래의 글은 사토 아이코의 소설[도쿄 가족1. 2(원제:風の行方)]을 번역한 곽미경이 박완서의 소설 [너무 쓸쓸한 당신]과 비교해서 쓴 논문의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이제껏 사회적 약자 혹은 소외자로 존재해 왔던 여성과 노인을 주인공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사토 아이코와 박완서 소설은 8,90년대 여타의 다른 작가들과 구분된다. 빈곤과 전쟁체험의 격동기를 살아냈다는 점 이외에 사토와 박완서는 많은 공통점을 갖는다. 사토가 40세에 이르러 상하반기 연속하여 아쿠타가와상(芥川賞)후보가 되어, 46세 때인 1969년에 나오키상(直木賞)수상으로 비로소 작가의 반열에 올랐던 점, 박완서 역시 40세가 되던 1970년에 이르러서야 등단하게 되어, 두 작가는 비슷한 등단 시기와 더불어 연륜을 더할수록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뿐만이 아니다. 사토의 소설은 일본 근대문학의 완고한 사소설적 경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전후의 대중성과 사회 풍속성을 겸비한 세태소설로 그 독자성을 구축했으며, 박완서 역시 60년대까지 사회적 여성의 관점에서 고찰된 경우가 드물었는데 그것을 극복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사토의 태평양전쟁 체험, 박완서의 한국전쟁 체험은 그들 문학의 모티브가 되었으며, 전쟁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와 복원, 산업사회 과정에서 일어난 중산층의 허위의식에 대한 고발과 풍자, 여성 정체성의 문제, 핵가족화 시대에 따른 새로운 노인상의 출현 등을 작품 속에 형상화시키고, 나아가 생활 전반에 걸친 기록으로서의 에세이를 소설 작업과 병행했다는 점 등은, 두 작가의 문학적 여정에서 매우 유사한 점이라 하겠다.”

- 곽미경(동국대 한일비교문학 박사과정 수료) ‘사토 아이코와 박완서 작품 속에 나타난 현대의 노인상’ [일본학보]제70집 2007년 2월, 172)에서 인용)
 
 
 
이 책은 1997년 처음 출간하고 2009년 재출간한 한국의 대표적인 중견 여류작가 박완서의[사람 노릇 어른 노릇]과 분위기를 같이 한다. 전쟁을 겪은 세대의 가치관의 변화, 지독한 가난을 경험했기에 누릴 수 있는 지금의 행복, 풍요를 누리고 있는 세대와의 불화, 변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 이후의 혼란스러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1923년생과 1931년생인 두 노년의 작가는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중년과 노년의 삶을 부드럽게 풀어가면서도 세상과 현실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글 속에 드러내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박완서의 글은 부드럽고 점잖으면서도 고집스러운 진지함이 느껴지는 반면, 사토 아이코의 글에서는 속내를 더욱 솔직하게 드러내고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겠다는 저자의 인생관이 고스란히 드러나 웃음과 유쾌함이 넘친다.


자연스럽게 나이든다는 것!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게 인간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특히 마흔을 넘기 시작하면 이전까지는 깨닫지 못했던 세월의 흐름과 자신의 변화를 더욱 깊이 받아들이게 된다. 신체적 능력은 떨어지기 시작하고 잦은 건망증이 치매의 전조는 아닐까 걱정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는 자각에 앞으로 살아갈 시간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인격적 성숙이 자연스럽게 자기 몸에 배고 있음도 깨닫는다. 어떻게 잘 늙어갈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것도 바로 마흔을 넘기면서부터이다.

이 책은 현재 80대인 노(老) 작가가 40대를 지나 50대, 60대, 70대를 지나 80대가 될 때까지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80대가 된 시점에서 쓴 글들이 아니라 그때그때 나이를 먹어가면서 변화하는 일상 속에서 ‘나이 드는 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오롯이 들어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이 드는 게 좋다’라거나 ‘내가 나이를 들어 보니 이런 게 좋더라’ 등의 조언이나 계몽적인 이야기는 담고 있지 않다.
다만 나이 드는 것에 대해 40대부터 진지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기록물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얼굴은 주름이 늘고 거기다 얼룩덜룩한 검버섯이 생기고 걸음걸이도 비틀거리기 시작하면서 이윽고 노쇠와 병고, 그리고 죽음이 찾아온다. 확실하게 찾아온다. 그것을 아무리 뒤로 늦추려고 밀어내봐야 소용없다. …… 그렇다면 현실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아등바등 몸부림치지 말고 노화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좀 더 보기에 좋지 않을까? …… 가능하다면 사는 동안 아등바등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생을 마치고 싶다.” 라고 밝힌다.
특히 인생 80년 이상을 사는 게 일반화되면서 ‘즐거운 노후’가 대세인 지금, 육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특별한 일을 벌인다거나 요란스런 건강관리를 하고 젊게 보이기 위해 무리를 하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일인가에 대해 작가는 끊임없이 의문을 갖는다. 타고난 자신의 성격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다른 것에 사치를 부릴 수 없을 만큼 바쁘고 힘들게 살았기 때문에 작은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작가의 체험담은 거창하지 않으면서 진지하고, 진지하면서도 유쾌함을 느끼게 한다.
‘참 별난 사람’ 같지만 가장 평범하게 생각하고 가장 일반적으로 나이 드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과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특히 자신의 행동과 일상에 대한 묘사나 사물과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소설가 특유의 문학적 표현이 더해져 맛깔 나는 글 읽기를 제공한다.

 
 

마흔에서 여든까지 이렇게 나이 들어도 괜찮겠다!
 
 
40대-아직은 당당하게 어깨를 펴도 좋다
“지난 몇 년 동안 중년 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양로원이나 실버타운에 들어가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20년 후의 일을 40대인 지금부터 대책을 세워놓아야 안심이 될 것 같다는, 부모들의 소극적인 의식에 대한 것이다.”(/ p.15)

자녀들이 중고등생인 중년들이 양로원행을 고민하는 세태를 한탄한다.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감을 잃기는 너무 빠르다. 아직은 모험을 하면서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으며, 쓸모 있는 노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에 곳곳에서 좌충우돌하지만 그러면서 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배우게 된다. 살찐 중년이 되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만 요란을 떨며 살을 빼기 보다는 단지 올해 입은 옷이 내년에도 맞을 정도만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친구 남편의 외도에 함께 흥분하고 그 외도 상대를 찾아 친구와 길을 떠난 에피소드에서는 진한 우정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50대-살 만하고 재미있는 일상이 너무 많다
“갑자기 투지가 불끈 솟았다. 장난꾸러기들에게 호통 치는 재미가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나는 다음 일요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뒤란 밭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나면 얼른 나가서 마당으로 통하는 문을 힘껏 열고 “이놈들!” 하고 소리를 칠까? 그러면 아이들은 “와와!”하고 개미떼처럼 큰길 쪽으로 도망을 치겠지. 그쪽에다 딸에게 망을 보라고 해놓고 도망치는 녀석들을 모조리 잡아들인다. 이런 식으로 신이 나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 p.15)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와 끊임없이 싸우면서도 무슨 일이 생기면 그들의 지혜를 빌리기 위해 달려갔었는데, 요즘은 노인의 인생 경험의 가치를 소중히 여겨주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늘 요란한 부부싸움을 하기로 유명했지만 부부싸움이란 원래 억압된 감정을 폭발시키는 행동일 뿐이므로, 빨래를 널러 옥상에 올라갔다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상쾌함 정도로 끝내야 한다. 어른이 한없이 무서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동네 개구쟁이들을 호통 치지만 꾸지람을 들어보지 않은 아이들의 반응에 기운이 빠진다. 딱히 특별한 건강법을 실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군살이 느는 것을 걱정하기 보다는 노안이나 치아가 나빠지는 것, 기운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감퇴되는 것이 더욱 걱정이다. 두터운 화장을 나이를 감추기 보다는 기운차게 걷는 중년이 훨씬 젊어보인다고 느낀다.

60대-세상이 변한다면 나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은 노인의 인생경험 따위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시대다. 인생 선배로서 가르칠 것이 아무것도 없고 따라서 노인에게로 향하는 존경심은 추호도 없다. 있는 거라곤 오로지 형식적인 동정뿐이다. 그런 시대에 노후를 맞으면서 내가 지금부터 명심해야 할 것은 어떻게 노후의 고독을 견딜 것인가에 대한 수행이다.
(/ p.90)

즐거운 노후를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한 정보가 범람하지만 건강하게 계속 일하는 것이 ‘즐거운 노후’라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에게 이해나 동정을 구하며 ‘귀여운 노인’이 되기보다 의젓하게 고독을 견디며 홀로 서기를 해나가는 노인이 되고 싶다. 무심하고 둔한 성격 탓에 나이가 들어서도 상식이 없다는 소리를 자주 듣지만 “뭐야? 이건! 상식이 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라는 말이 튀어나올 때가 많다. 뭐든지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할 말이 있어도 말하지 않는 게 마음 편하게 사는 요령이라는 마음 약한 친구의 말과 노인들이 가만히 있으니까 비상식이 활개를 친다는 다른 친구의 말에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생각한다. 남자와 여자,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르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으로 보면서 진정한 남자와 진정한 여자를 말한다. 곰팡이가 생긴 줄 모르고 양갱을 손님에게 대접하거나 볶음라면을 국물로 만들어 끊이기도 하고, 고유명사가 기억나지 않아 자주 치매가 아닐까 걱정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다양한 해프닝을 겪는다. 자연치유를 경험한 이후 현대의학에 무작정 자신의 몸을 맡기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70대-내 의지대로 움직이며 선택하고 싶다
나이를 먹으면 오감이 둔해진다. 젊은 시절 나는 노래를 제법 잘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음정이 불안정해질 뿐만 아니라 요즘은 새로운 노래를 배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음감이 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에 배운 노래밖에는 할 줄 모르고 새로운 노래는 도통 배워지지가 않는다. 게다가 후각까지 둔해졌다. 손자가 방귀를 뀌는 바람에 딸이 냄새가 난다며 요란스럽게 코를 싸쥐고 있는데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 p.186)
 
 
텔레비전의 개그 프로그램은 도무지 왜 웃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엉뚱한 곳에서 웃음이 터져 참을 수 없을 때가 있고, 노인성 조급증 때문에 심술궂은 할머니가 되는 게 아닌가 걱정을 한다. 세월이 변하고 사람은 나이를 먹지만 자연은 그 자리에 묵묵히 세월의 변화를 견디는 걸 보고 아직 희망을 잃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나이가 들면서 강해지는 여자들을 보며 여자가 나이가 들면 수염이 난다고 생각한다. 해마다 여름이면 7백 미터의 언덕길을 오르며 다릿심과 체력을 시험하면서 내년에도 과연 올해처럼 오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딸과 함께 오르던 길을 손자의 손을 잡고 오르내린다. 온갖 관을 몸 여기저기에 꽂고 운신도 마음대로 못하고 몇 달 동안 생명을 연장하는 것과 설사 임종이 앞당겨지더라도 천명에 따라 죽어가는 것 중에서 후자를 택하고 싶은 게 본심이지만 그것 또한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때는 그냥 자연스럽게 맡기겠다고 생각한다.
 
 
80대-자연스럽게 세월의 흐름에 나를 맡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피는 꽃도 아니고, 더구나 특별히 오늘을 위해 피었습니다, 이런 식도 아니다.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 폭풍이 치는 날, 추위와 더위, 이런저런 날들을 묵묵히 버티고 혼자 조용히 피어 있다는, 그런 자연스러움에 나도 모르게 멈춰 섰다. 왠지 마냥 반갑고도 애잔한 마음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심정이 된다. “훌륭해!”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고 “열심히 살고 있구나.” 이것도 아닌 “어머나, 이런 데 있었구나.” 하고 외치고 싶은 그런 기분.
(/ p.225)

세월과 함께 변해버리는 풍경도 있지만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광경 앞에서는 또 다른 뭉클함을 느낀다. 풍경은 변하지 않고 이 내 몸만 늙어 쇠잔한 모습이 되었다는 뭉클함이다. 요란스럽게 꽃숲을 이루는 구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조용히 인적이 드문 주택가에 홀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에 대한 향수는 ‘말로 표현하는 일’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 일이었음을 회상한다. 이제는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도 ‘어렴풋이’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 끙끙내는 일이 많아진다. 하지만 친구의 경험을 들으니 사람은 나이가 들고 얼굴이 변해도 기질은 변하지 않고 그 사람을 나타낸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제 80을 넘기면서 틈만 나면 죽을 준비,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기는 일이 많아졌다. 그 때는 발버둥치지 않고 순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저자 : 사토 아이코(佐藤 愛子)
영국 런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브리티시 칼레도니아 항공의 경영진으로 근무했다. 1984년에 출간한 첫 책 『슈퍼보스Superboss』는 「매니지먼트 투데이」에서 “쉬우면서도 실제적인 경영 조언으로 가득 찬 책”이란 찬사와 추천을 받았다.
이후 대형 항공사들이 이 책을 교재로 사용하면서 단기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비즈니스 북 베스트셀러”로 주목받는 책이 되었다. 대형 항공사. 대형 유통체인. 은행, 정부조직 등을 대상으로 인사관리 및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컨설팅 및 강의를 하고 있다.
동기 유발, 리더십, 고객 서비스 등을 주제로 전 세계를 돌며 국제회의와 대규모 세미나 등을 개최하기도 했다. 현재 컨설팅 회사 슈퍼보스(주)의 대표를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런 직원 1명이 고객을 끌어 모은다Buzz』, 『훌륭한 보스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80가지80things You Must Do To Be A Great Boss』, 『고객들이 좋아하는 당신의 매력What Customers like About You』, 『자극 요소The Stimulus factor』, 『선택의 기술How to Choose』, 『21세기 리더The leader of 21th century』 등이 있다.

옮긴이 : 오근영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일본 소설 및 에세이 전문 번역가이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소개했다. 옮긴 책으로는 [천사의 잠],[소문],[유리정원],[아내의 여자 친구],[이상한 나라의 토토],[기습],[패왕후히토],[소년 H],[악의],[르네상스의 미인들],[슈산 보이],[반걸음만 앞서 가라],[왜 지구촌 곳곳을 돕는가 ]등이 있다.
 
여는 글/ 나는 이렇게 나이 들었다

 
1장. 아직은 당당하게 어깨를 펴도 좋다_40대
내가 나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치 볼 필요 없다
생각대로 말하고 살다 보니
어느 새 나도 살찐 중년
우정에도 눈이 먼다
 
 
 
2장. 살만하고 재미난 일상이 너무 많다_50대

인생을 반쯤 살아보니
경험의 가치
부부싸움의 요령
사람은 ‘팔자’가 아니라 ‘기질’대로 산다

작은 일상에 애정을 담다
호통 치는 재미가 그립다
하고 싶은 말, 하고 사는 게 건강의 비결
여자들만 아는 즐거움
반복되는 일상에 깃든 행복

아름다운 중년을 생각하다
뱃살 걱정할 때가 아니다
늙지도 젊지도 않은 여자에게 화장이란
아름다운 ‘중년 부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
 

 

3장. 세상이 변한다면 나도 달라져야 한다_60대

하루하루가 수행이다
‘즐거운’ 노후보다 ‘건강한’ 노후를
고독을 견디며 의젓하게
몰상식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변해가는 세상 앞에서

남자와 여자, 나이 드는 법도 다르다
망가진 모습을 보이면서 정(情)도 깊어진다
진정한 여자
어머니가 아버지를 이기는 이유
아버지, 그 속 편하고 허약한 존재
진정한 남자

거스를 수 없다면 받아들이자
혼자 ...살면서 겪는 일
기억나지 않는 걸 어쩌라고
내가 현대의학을 거부하는 이유
 

 

4장. 내 의지대로 움직이며 선택하고 싶다_70대

나이는 힘이 세다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고생’은 필요하다
아직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여자는 나이를 먹으면 수염이 난다

강하게 보이고 싶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엉뚱한 데서 터지는 내 웃음보
‘경로의 날’을 잘 보내는 방법
소소한 인정이 그립다

3. 이렇게 죽고 싶다
고희, 인생의 화창한 가을
의학은 더 이상 발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임종’도 ‘사후’도 평안하기를
 

 

5장. 자연스럽게 세월의 흐름에 나를 맡긴다_80대
시간은 소리도 없이 지나간다
이제 관조하는 삶으로
흐린 날의 벚꽃
사람의 기질은 바뀌지 않더라
죽음에 대한 준비
 
 
내가 쓰는 글로 다른 사람을 계몽하거나 훈계하려는 주제 넘는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다. “나는 이렇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게 전부다. 다른 건 없다. 나머지는 읽는 사람의 감상에 모두 맡긴다는 생각이다._6p

자신감 상실과 눈치껏 처신해야 한다는 불안이 뒤엉켜 양로원행이라는 코스를 생각해낸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는 양로원행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게 아니다. 왠지 한껏 배려하고는 있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자신은 무용지물 같은 존재라고 여기며 자신감을 잃고 소극적인 자세로 나오는 것이 한심하다는 말이다._16p

젊을 때는 나이를 먹어서 주름이나 기미는 좀 생겨도 좋겠지만 뚱뚱해지는 것만은 정말 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장 싫어하는 그 변화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싫다, 싫다 하면서도 날씬해지기 위해 식사조절을 하거나 체조를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요즘 와서는 작년에 입었던 여름옷을 올해도 무사히 입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_24p

누가 뭐래도 노인은 젊은이보다 몇 십 년은 인생을 더 많이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 경험에 대해 젊은 사람은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경로의 날’이라는 걸 만들어 노인에게 선물을 하거나 온천에 데리고 가는 따위의 효도를 할 생각이 있다면 그날은 특별히 노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날로 하는 게 오히려 의미가 있다고 본다._37~38p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자식에게서 그 다음 세대로 이어져 내려가야 할 것들이 지금은 단절되어가고 있다. 그것은 예를 들면 나물 무치는 요령일 수도 있고, 옛날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손가락 장단과 함께 부르는 노래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면서 우리의 독특한 생활문화, 역사, 나라에 대한 사랑, 이런 것들이 전해져야 한다._41p

부부싸움의 진수는 벌판에서 나잇살이나 먹은 아줌마가 럭비를 하며 이리저리 뛰거나, 빨래를 널러 옥상에 올라갔다가 목청껏 산타루치아를 불러대는 식으로 마음먹은 일을 해치운 뒤의 상쾌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상처를 주면서까지 싸움에 이겨봤자 뒷맛이 개운치 않다면 기운을 낭비해가며 싸움을 한 의미가 없다.
_45p

우리가 어렸을 적에도 이웃 집 감나무 열매를 따기도 하고 벽에 낙서도 했고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치기도 했다. 우리는 항상 흠칫거리면서 여차하면 쏜살같이 도망칠 수 있는 자세로 장난을 했다. 그 시절 어른들은 무서웠다. 어른들은 대개 두 파로 갈렸다. 아이만 보면 뭔가 심부름을 시킬 게 없는지 궁리하는 어른과 불평을 하는 어른. 그 어려운 어른들의 눈을 속이며 장난을 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도망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장난을 묘미라는 게 바로 그런 데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_53p

그런 식으로 건강에 좋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치고는 건강하시네요, 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쾌식, 쾌면은 고사하고 내게는 쾌변뿐 아니라 즐거운 일, 재미있는 일이라곤 없다. 내가 그렇게 화를 냈더니 노모가 말씀하신다. “그만큼 날이면 날마다 제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큰 소리 치고 살면 쾌식, 쾌변 정도는 없어도 건강한 게 당연하지!”._60p

나는 여자의 손이 뭔가를 씻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여자의 손이 표정을 갖는 것은 바닥을 닦을 때보다, 빗자루를 쓸어낼 때보다 뭔가를 씻을 때이기 때문이다. 뭔가를 씻는 손은 기운이 넘치는 마음, 바쁘고 분주한 마음, 속으로 끙끙 앓는 마음, 슬퍼하는 마음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접시나 채소, 빨랫감에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물일을 함으로써 손은 위로를 받고 그것을 마음에 전한다._62p

그렇게 해서 부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젊음 속에서 자기 혼자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며 자족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에서 반드시 젊음을 보지는 않는다. 애써 감춘 주름이나 기미보다 그 두꺼운 분칠이 오히려 감춰진 주름, 기미가 있음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노년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여자다운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여성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빗어서 묶은 반백의 머리, 보일 듯 말 듯 살짝 바른 입술. 화장의 위력에 기대는 사람과 화장을 생활의 악센트로 생각하는 사람과의 차이일 것이다._76p

지금 많은 노인들이 인생을 즐겁게 보내고 싶은 소망과 함께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죽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가족주의 안에서 노인이 대접을 받고 존경을 받던 시대에는 늙어서 병드는 것도 자손에게 맡기면 되었다. 그러나 희생을 악덕으로 여기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식구들이 평화롭고 편하게 지낼 권리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노인들은 오로지 다른 식구들에게 불편을 끼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_85p

일찍이 노인이 노후의 행복으로 원했던 것은 마음의 평안이 아니었던가. 그것은 ‘지금 여기 있는 스스로에게 만족한다’라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쾌락이 행복이라고 여기는 지금 이 세상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늙어도 쉽게 마르지 않는 에너지가 ‘즐거운 노후’를 갖고 싶은 생각으로 끊임없이 욕망을 부풀게 하고 이윽고 찾아올 질병이나 죽음에 대한 불안은 마치 만성질환처럼 쉴 새 없이 둔탁한 아픔을 주고 있다._90p

어떤 가정에서 아이가 나쁜 장난을 쳤다. 그것을 본 아버지가 아이에게 말했다. “그런 짓을 했다가는 엄마한테 혼난다.” 말할 것도 없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가 아이를 나무랄 때 “그런 짓을 했다가는 아버지한테 이를 거야.” 하고 아버지를 구실로 내세웠다. 일찍이 절대적인 자신감과 권력을 갖고 처자로 하여금 군말 없이 복종하게 했던 우리의 아버지들은 이제 일가의 중심으로서 긍지 가득했던, 그러나 고독했던 전당에서 내려와 자식과 비슷하게 아내의 관리대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_111p

주변에 두루두루 신세를 지면서 67년을 살아온 몸이다. 이제 와서 ‘남에게 폐는 끼치고 싶지 않아’ 따위의 말로 폼을 잡아봐야 통하지도 않는다. 그런 배짱으로 치매에 걸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감당할 수 없는 거라면 아예 무시해버리면 된다. 이렇게 굳세게 마음먹으면서도, 가슴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고 있다._135p

사람은 백이면 백 사람이 모두 다르다. 이 지극히 단순하고 당연한 사실이 지금 의학에서는 무시되고 있다. 좋거나 싫거나 상관없이 병원 진찰대에 누운 이상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한 울타리에 갇힌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니고 ‘데이터’일 뿐이다. 그때부터 나는 의료적인 약을 거부하게 되었다. 나처럼 까다로운 감수성을 가진 사람은 도저히 현대의학에 의지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_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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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나이를 먹으면 수염이 난다는 것은 여자다움을 잃는다는 의미다. 여자다움을 잃는다는 것은 순종을 버리고 강해져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킨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버지에게 물어보자.”라고 말은 하지만 그때는 이미 어머니의 생각은 정해져 있고 남편을 자신의 의견으로 유도할 뿐이라는 식으로 언제부터인가 달라지고 있다. 유도하는 대로 따라오지 않을 때는 설득에 나선다. 설득이 논쟁이 된다.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과거에 잘못한 남편의 판단, 실패에 대한 기억이 총동원된다._171p

요즘은 세상에 웃음거리가 넘쳐흐르는지 너나 할 것 없이 웃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 요구를 간파한 웃음전문가들은 이래도 안 웃을 거냐는 듯이 온몸을 던져 열연을 펼친다. 그렇게 열심히 몸부림을 치는 모습을 치는 모습을 보면 웃는 쪽도 웃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모양인지 와아, 와아,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런 텔레비전 앞에서 혼자 뚱하게 앉아 있는 내 모습은 개그보다 훨씬 우스꽝스러울 거라고 스스로 생각한다._191p

온갖 관을 몸 여기저기에 꽂고 운신도 마음대로 못하고 몇 달 동안 생명을 연장하는 것과 설사 임종이 앞당겨지더라도 천명에 따라 죽어가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후자를 택할 것이다. 오로지 심장이 움직이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행위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 지금 내 본심이다._201p

지금은 오로지 한 가지, 적어도 마지막 순간은 육체적으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고생은 하지 않고 숨이 끊어졌으면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아무리 원해도 자신의 의지로는 어떻게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그때는 고통에 시달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때가 되면 죽음이 끝을 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죽음은 희망이 된다. 그런 생각조차도 죽음에 대한 준비 가운데 하나다._230p

 
 
입력 2009-12-18 오후 4: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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