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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어머니회 - 3화
입력 2011-09-07 오후 9:43:14
월간경제노트구독
돌보는 어머니들은 아예 만들어지지 못했다. 잠깐 윗집 엄마와 일주일 스케쥴을 잡아 다녀보았는데
너무나 활달하고 밖으로 나다니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내 체력이 받쳐주질 못했다.
 
또한 윗집 엄마가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어 너무나 상황이 달라진 것도 한가지 이유일 것이다.
나는 둘째를 기를 수 있을까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는 상황인 반면,
윗집 엄마는 아주 당차게 쌍둥이를 배에 기르면서 첫째를 데리고 열심히 아침 9시부터 오후까지
성심성의껏, 그리고 체력이 바닥이 날 때까지 놀아주고 있다.
 
체육 수업을 신청했지만 나이차가 좀 나자 엄마들이 거부해서 나왔다.
무언가 해 보고 싶은 일들은 많았지만, 그때마다 내가 목격하는 것은
공동체라는게 이젠 무언가 어색한 그런 기분이었다.
심지어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놀 때에도 
도대체 어떤 심성으로 아이들을 기르고 있는지 불편함이 우선했다.
정확히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냥 불편하다, 라는 기분이었다. 
서로서로 무언가 공동체 안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니라
어디론가 떠날 사람들끼리의 만남같은 어중이 떠중이의 느낌이었다.
내가 그들과 섞이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아이를 편하게 풀어놓을 수 있는 곳이 정말로 없었다.
그나마 농부학교를 가기 시작하고 나서,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조금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귀농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다들 부러워는 하지만 나는 갈 수 없다는 요지의 말들을 들었다. 나중에 노후에 그렇게 하려고 한다..거나 아니면 시간을 좀 두고 생각하려고 한다...는 말들.
아이를 기르는 것이 농촌이라고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은 아니었다.
아무튼 도시를 떠나기 전에, 무언가 많이 접해 두고 가고 싶어서
이상한 발음으로 뭔가 한 주제씩 가르치는 문화센터 수업을 하나 들었고,
또 프랑스어로 연극을 하는 강의도 하나 신청해서 들으려고 하고 있다.
 
매일 매일 생활은 내게 고역이 되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어느 것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저 매일 매일을 어떻게 보낼까 혈안이 되어서 그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내 중심을 잃고 약간 흔들린 채로,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과연 내가 그런 거대한 모임이라는 사상을 실천할 만한 인재가 되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진채로..
 
아직도 고민중이다. 놀이터에서 만난 엄마들과 피상적으로 대화하거나,
같이 만나 물놀이를 같이 가거나 해 보았지만..서로 원하는 것과 배려가 달라서 힘들었다.
 
우리 집은 남편이 아픈 관계로 이제 제주로 내려가기로 했다.
제주로 내려 가면 새로운 곳에 또 다시 적응해야 한다.
일단 일도 남편은 이삼년은 쉬게 될 것이고,
나는 일을 맡아 가정 경제를 최소한 지원해야 한다.
아이를 기르는 일도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 그냥 저냥 하게 될 것이다.
그 동네는 혹시 생각이 조금 다른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
 
하는 마음으로 내려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아이가 28개월이 되어, 이제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해 지니까
내 기대도 너무 커져버린 것인지, 아이에게 짜증내고 소리치는 일이 잦아졌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이해하고 못하는 거겠거니 짐작하고 지나갔을일도,
이제는 따지고 들거나 아니면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내게 되었다.
 
나의 엄마가 내게 했던 육아방식을 취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애를 썼건만,
어느새 내 친구가 보면서 너네 엄마랑 똑같다야, 하는 말을 들을만큼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
나를 보니 자괴감도 느껴지고, 슬펐다.
 
슬펐다.
 
내가 아무리 교육받고, '개화'하고, 내면의 심리치료를 해 왔어도 
나의 태생적인 어떤 유전자는 계속 예전처럼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는 것이.
 
슬펐다.
 
결혼 4년차인데, 아직도 내가 내 남편을 그다지 신뢰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힘이 빠지는 일이었다.
 
내 요리솜씨는 더욱더 나빠지고 있고, 내 자존감은 바닥을 찍었다고 여기고 있노라면 어느새 새로 콩크리트 바닥을 뚫듯이 더 깊은 곳으로 파들어가 새로운 바닥을 찾아서 내려가고 있었고
 
점점 더 내가 엄마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에 너무 아마추어 적이라는 생각을 들게끔 만들었다.
다른 엄마나 아빠들을 보면 볼 수록,
내 대처가 얼마나 안이하고 임시방편적인지..우리집의 상황이 더욱 더 모자라고 어설프게 보이기만 했다.
나의 주관적이었던 삶에 약간의 타격이 온 것 같았다. 내가 나 혼자만의 방식을 주장하고 사는 것이
아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보아야 했다.
 
지금도 그래서 고민이 된다.
 
제주에 내려가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지,
아니면 좀 더 문제를 깊이 감추는 일이 될 지,
사람들을 더 만나고 살게 될 지,
아니라면 그저 숨은 은둔자의 삶이 될 지 말이다.
 
점점 더 말이 없어지고 있다.
내가 아이를 기르면서 이렇게 내면이 공허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입력 2011-09-07 오후 9: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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